작년에 어느 분과 대화했던 내용인데 대충 요약해 봤습니다. (-:

Q: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습니다. 나이도 좀 있고요. 이제 시작하는데 괜찮을까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A: 쉽지 않은 문제이긴 합니다. 그냥 제 얘기를 할게요.
저는 부산에서 대학을 다녔었고, 군대 제대 후 서울로 올라왔어요. 휴학 몇 번 하고 자퇴를 했습니다. 대학 졸업을 안 한 걸 후회한 적은 세 번 정도 있는 것 같아요. 뭐랄까. 대학을 안 나와서 내 인생이 꼬이나. 그런 생각을 했었고요. 지금은 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물론 지금도 대기업에 서류전형으로 입사하려고 하면 거의 100% 낙방이죠. ㅎㅎ (사실 지금은 사이버대학에 재학 중이긴 합니다만 저랑 학교는 안 맞나 봐요. 힘드네요. ㅋㅋ)

저는 어려서부터 컴퓨터만 좋아했어요. 주로 게임을 했고, 유틸리티들 다운로드해서 써보는 걸 좋아했어요. 그리고 좋아한 게 포토샵과 플래시였어요. 그렇다고 어디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실력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서울로 올라와서는 그림 그리는 화실에서 1년 정도 살았습니다. 문하생이었죠. 나름 힘들었지만 많은걸 느낀 시절이었고요. 그런 다음, 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아는 분 회사에 웹디자이너로 취직을 했습니다. 여기서부터 제 직장 생활이 시작되었어요. 그런데 포토샵을 기능적으로만 조금 다룰 줄 알았기에 당연히 디자인 감각은 없었죠. 그러다 보니 뭔가 그려내는 것들이 너무 엉성한 거예요. 특히 색감..

그러다가 어느 날, 플래시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플래시 프로그램을 만들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처음엔 못한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시작하게 되었어요. 지하철에서 미친 듯이 두꺼운 책을 뒤져서 방법을 알아낸 뒤, 회사 가서 하나씩 적용하는 날들이 지나 한 달쯤 뒤에 완성을 해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는데 어찌어찌 해낸 거죠. 그러고 난 다음부터 계속 플래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결국 디자이너에서 프로그래머로 직업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질문에 답변 달기, 예제 만들어 올리기 등)을 많~~이했고요. 인지도가 차츰 쌓여 갔습니다. 지금까지 그 ‘인지도’로 살아갑니다.

이상이고요. 위 글을 통해 권장하고 싶은 건 두 가지에요.
첫 번째는, 무조건 현업에 부딪혀 보라는 거예요. 실제 프로젝트를 한번 하는 게 혼자 1-2년 공부한 것보다 낫습니다. 신입을 뽑는 스타트업에 무조건 지원해보세요. 저는 첫 회사에서 연봉 1,200(세전 월 100) 받고 일했습니다. 지금은 그런 회사 잘 없어요. 더 줍니다. 본인의 실력이 부족하고 잘 하고 싶다는 절실한 마음이 있다면 돈 생각하지 말고 처음엔 배운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세요. 그렇다고 요즘 말하는 ‘열정 페이’ 그런 대우를 받으라는 말은 아닙니다. 지혜롭게 하시길.
두 번째는, 커뮤니티 활동을 많이 하라는 거예요. 많~~이요. 학력, 경력 없는 사람에게는 그 방법이 거의 유일한 어필 방법입니다. 커뮤니티 활동은 블로그, 페북, 카페, 지식인, 스택오버플로우, 깃헙 등등 뭐든 좋습니다. 중간중간 어디 대회 나가서 상 받으면 더 좋고요. 처음엔 질문에 답하고 예제 만들어 주는 등의 일을 하는 걸 추천합니다. 그러면서 많이 배워요. 당연히 이건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이 있는 경우고요. 기초도 없다면 공부하는 게 우선이고요.

학원은 가급적 돈을 좀 주더라도 제대로 된 곳을 다니는 게 좋습니다. 학생들이 정말 열심히 하는 곳이요. 일반 국비지원에 가면 대부분 대충 합니다. 제가 간 곳만 그럴수도. =_= 아무튼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 거죠.

저는 항상 생활비가 부족했기에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봤습니다. 이사를 자주 다녀서 서울 곳곳의 도서관 카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 갔는지 없네요. 추억의 물건인데. ㅎㅎ

공부를 하다보면 잘 안 될 때가 많습니다. 어렵기도 하고 회의감이 들기도 하죠. 만약 그럴 때가 생기면 연락주세요. 커피나 한잔 하죠.

이상입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